1부: 돈은 빚이다

 

 

1.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인터뷰에 등장하는 세계의 석학들이 자본주의가 뭔지 정의조차 말하지 못한다.  

한심!! 맑스에 따르면 자본은 자기증식하는 가치, 특히 노동력 착취를 통한 잉여가치의 생산이 핵심,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생산양식/사회구성)가 자본주의다. 금융자본의 가치증식도 여기에 의존한다. 산업자본의 지배가 확립.

그러면 오늘날 문제가 되는 금융자본주의는 뭔가?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자본주의의 현대적 발전단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투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역사단계, 즉 1980년대 이후의 자본주의를 말한다.  

이런 관계를 이론적으로 파악하지 못해서 EBS에서는 자본주의는 곧 금융지배, 금융사기라는 논리 비약이 일어났다. 


2. 화폐는 무엇인가?


화폐는 단순히 빚이고 빚을 갚기 위해서는 또 빚을 내야하는 악순환 속에서 인플레가 일어나고 사회적 약자가 파산한다고 EBS는 주장한다. 이게 1부의 기본명제다. 그리고 이 신용창조의 악순환에는 금융자본의 탐욕(신용공여를 통한 이자수입의 추구)이 도사리고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한 몫 하고 있다. 인플레는 대출과 신용창조의 모순(이자를 갚기 위한 화폐의 부족)으로부터 비롯되는 불가피한 귀결인가?

오늘날 화폐는 민간과 은행 보유의 중앙은행권(즉 중앙은행이 발행한 본원통화)과 요구불예금의 합(M1)으로 이루어진다. EBS가 잘 설명해주는 바처럼, 본원통화의 통화승수만큼 예금창조가 일어나고 그에 따라 통화량은 본원통화보다 훨씬 더 증대한다.  

물론 중앙은행권도, 상업은행의 예금창조도 모두 빚인 것 맞지만, 화폐가 단순히 빚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화폐는 상품세계의 유통을 매개해주고, 따라서 경제의 성장에 따라 상품유통량과 금액이 증대하면 이를 매개하기 위한 화폐유통량이 증대해야 한다. 금본위제도 하에서는 금화의 퇴장과 유입을 통해 화폐유통량이 상품유통량에 조응하도록 조정된다.

즉 금본위제도 하에서도 태환지폐가 발행되고 은행의 예금창조가 이루어지지만, 여기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은 관리통화제도하에서의 현상이고, 따라서 이 현상의 원인은 은행의 신용창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량 남발 때문이고, 상품유통량을 넘어가는 통화량 남발(인플레이션)은 국가에 의한 공황의 구제와 관리에서 비롯된 현대자본주의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문제는 신용창조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남발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대출의 증대 없이는 대출이자를 상환할 수 없어 대출의 증대와 신용창조의 확대라는 악순환이 불가피하고 이로부터 인플레이션이 전개된다는 EBS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대출이자를 갚기 위한 통화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이 10억원의 이자를 포함해서 11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면 기존의 화폐유통량을 넘는 이 10억은 어디로부터 조달할까? 수수께끼 같은 난해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은 단순한 문제이다. 사실 문제는 대출이자 10억만이 아니다. 이 대출받은 사람은 통상 100억원으로 사업을 해서 20억원의 이윤을 생산하고 그중에서 10억원은 이자로 상환하는 것이다. 이런 계산 때문에 이 사람은 대출을 받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면 120억원을 시장에서 판매해야 하는데, 그러면 기존 화폐유통량을 초과하는 20억원은 어디서 나오는가가 정확한 질문이다. {이 문제는 잘 알다시피 맑스주의 내에서 로자 룩셈부르크가 <자본의 축적>에서 제기한 유명한 쟁점이다. “잉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화폐는 어디서 오는가?” 문제가 아닌 이 문제에 사로잡혀 로자는 방대한 저작의 태반을 이 문제에 허비했다. 그리고도 로자는 끝까지 이 문제의 해결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20억원이 부족하면 그만큼 상품판매가 실현될 수 없고, 이윤이 실현될 수 없으면 이자 10억원도 상환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화폐의 추가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화폐가 귀해져서 화폐의 가격이 등귀하고(다시 말해 상품들의 가격들은 하락하고)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방식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된다. 금본위제도 하에서는 이 경우 금화의 새로운 제조와 유통에의 투입이나 퇴장화폐의 재투입이 일어나서 디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된다. 또는 관리통화제도 하에서라면 중앙은행이 필요한 통화량을 공급함으로써 디플레이션 없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대출이자를 갚기 위한 신용창조의 악순환이 일어날 필연성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신용창조의 악순환 속에서 마지막 대출자가 수탈을 당하고 파산한다는 것도 근거 없는 주장이다, EBS는 어떤 설명도 주지 않고 이런 충격적인 주장을 늘어놓고 있지만, 사실은 이게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대출자들이 파산하고 은행도 위기에 처하고 뱅크런도 벌어지는 사태는 신용창조 메커니즘 자체로부터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주기적 과잉생산공황의 폭발 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호황과정에서 산업의 과잉생산의 진전과 신용제도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분석할 때에만 비로소 공황기의 신용의 붕괴를 설명할 수 있는데, EBS의 세계석학들은 이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에게서 또 EBS로부터 그 해답을 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들의 논리가 충격적인 비약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3. 미국 중앙은행제도가 민간은행이고 민간은행이 화폐를 발행한다는 말인가?


EBS는 그렇게 말한다. 충격이라고! 통상 사람들이 연방준비은행은 정부기구로 오해를 하는데, 실은 민간은행이고 금융자본이라는 것이다. 이것으로 탐욕적인 금융자본이 이자수입을 추구하기 위해 마구 통화를 찍어내서 인플레가 일어난다는 앞의 주장을 일층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EBS가 오해를 하는 거다. 통상 사람들은 연방준비은행을 민간은행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실은 민간은행이 아니다. 우선 12개 연방준비은행들이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은행이라 하더라도 이를 감독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of Governors)는 연방정부 기관이다, 의장과 부의장을 비롯한 이사들은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고 상원의 인준을 받는다. 또한 12개 연방준비은행들은 형식상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은행이라 해도 실제로는 회원은행들에 의한 납입금 분담금도 법령에 의해 규정되고 주식의 양도도 금지되어 있으며 그 배당이윤도 법령으로 정해져 있고 이윤의 나머지는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들어가는(2011년 연방준비은행들의 이윤 중 16억 달러가 배당금으로 주주들인 회원은행들에 지불되고 784억 달러는 연방예산으로 넘어갔다) 등 사실상 준정부기관의 지위를 갖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연방준비은행들의 경우 연방정부의 공식적인 기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한다. (위키피디아 독일판 참조.)


4. 자본주의 역사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교대하는 콘드라티에프 파동을 갖는가?

 

콘드라티에프 파동 주장은 기계적인 장기파동론일 뿐이고 현실의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 근거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EBS에서는 신용창조의 악순환을 통한 인플레이션이 왜 디플레이션과 장기침체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설익은 주장만이 판을 친다. 장기성장이 꼭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19세기의 장기성장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았고,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보는 바처럼 오늘날의 장기침체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고 있다. 장기성장으로부터 장기침체로의 전환은 산업순환에서 주기적인 호황으로부터 공황으로의 전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인데, EBS는 양자의 차이에 대한 인식도 없이 두 문제를 혼동한 채 초지일관 신용창조의 악순환으로부터 문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앞서 본 바처럼 신용창조의 악순환이란 주장은 근거없는 것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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